불 붙은 퇴직연금시장: 벌써 119조원?
대한민국 퇴직연금 시장이 유례없는 지각변동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5년 하반기 본격적으로 시행된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는 이러한 흐름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퇴직 연금은 단순한 노후 자금 적립을 넘어 적극적인 수익률 관리가 필요한 자산관리의 영역으로 들어섰습니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2026년 현재 가장 뜨거운 이슈인 증권사 퇴직 연금 시장의 현황과 사업자별 서열 재편 상황을 정량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퇴직연금 시장 460조원 시대
우선 금융당국에서 퇴직연금을 최근에 손보려고 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연금의 적립금은 2023년 380조원에서 지난해 432조7000억원으로 늘었고, 매년 평균 30조원 안팎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는 2045년이면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커지는데 수익률은 여전히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된다.
문제의 출발점은 퇴직 연금 위험자산 규제 구조인데 퇴직 연금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는 원칙적으로 70%(위험자산) 대 30%(안전자산) 규제를 적용받고, DC·IRP(개인형) 퇴직 연금 계좌에서는 국내 상장주식 직접 투자가 금지돼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의 선택지는 좁고, 원리금보장 상품에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 실제 전체 적립금 가운데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은 80%를 웃돌고, 최근 10년간 연환산 수익률은 실적배당형 3.44%, 원리금보장형 2.09%에 그쳤다. 물가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수익률이죠.

전체 퇴직연금 시장 내에서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3.3%에서 26.1%로 2.8%포인트 확대되었습니다. 반면 전통적인 강자였던 은행권과 보험업권의 비중은 정체되거나 소폭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며 퇴직연금 시장의 주도권이 원리금 보장형 중심에서 투자형 중심인 증권사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으므로 발빠른 정책변환을 요구합니다.

퇴직연금 제도의 정착
과거에는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옮기려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펀드나 상품을 모두 매도해 현금화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도 해지에 따른 손실이나 매수 시점 상실과 같은 기회비용이 발생하여 가입자들이 이동을 꺼리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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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물이전 제도가 정착되면서 가입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상장지수펀드(ETF)나 펀드 등 주요 상품을 매도하지 않고 그대로 타 금융사로 옮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수익률에 민감한 스마트 개미들의 대이동을 촉발했습니다. 특히 상장지수펀드 라인업이 다양하고 실시간 매매가 편리한 증권사들의 시스템과 자산관리 인프라가 부각되면서 은행권에서 증권사로의 자금 유입이 본격화된 것입니다.
DC형, IRP

개인이 직접 운용 지시를 내리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부문에서는 특정 증권사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는 양상입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의 성과가 압도적입니다. 2025년 3분기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DC형 적립금은 14조 7497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1위를 수성했습니다. 이는 2위인 삼성증권의 6조 5951억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의 격차를 벌린 수준입니다.
IRP 부문에서도 미래에셋증권은 14조 3180억원의 적립금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습니다. 이어 삼성증권이 8조 1778억원으로 2위를, 한국투자증권이 6조 4891억원으로 3위를 기록하며 추격하고 있습니다. DC와 IRP는 개인이 직접 상품을 고르고 운용하는 만큼 수익률 관리 역량과 모바일 거래 편의성이 성패를 가릅니다. 증권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포트폴리오 제안이나 수수료 면제 혜택 등을 앞세워 개인 고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DB형

반면 기업이 운용 책임을 지는 확정급여형(DB) 시장은 DC나 IRP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DB형 부문에서는 현대차증권이 15조 4994억원의 적립금을 보유하며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그 뒤를 한국투자증권(7조 2872억원)과 미래에셋증권(5조 8567억원)이 잇고 있지만 선두와의 격차는 매우 큽니다.
다만 현대차증권의 이러한 성적표에는 계열사 의존도가 높다는 특수성이 존재합니다. 현대차증권의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현대차그룹 계열사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7%에 달합니다. 이는 탄탄한 캡티브 물량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계열사 물량 외에도 외부 법인 영업력을 강화하여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DB형 시장은 기업의 자금 운용 안정성이 최우선인 만큼 법인 영업 네트워크와 안정적인 운용 트랙 레코드가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합니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운용 역량을 키우자
앞으로 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넘어 질적인 경쟁 단계로 진입할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사업자의 운용 역량이 가입자의 노후 자산 규모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단순 원리금 보장 상품에 머물러 있는 자산과 적극적으로 글로벌 자산에 배분된 자산의 수익률 격차는 장기적으로 수억 원 이상의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의 적립금은 날이 갈수록 커질 것이고, 미국의 401K 연금처럼 그 돈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와서 실적좋은 우량주는 우상향 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됩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제도의 성패가 사업자의 책임성과 운용 역량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타깃데이트펀드(TDF)나 디폴트옵션 상품의 성과를 개선하고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퇴직연금 시장은 2026년 500조원을 돌파하고 2030년대에는 10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한 증권사 간의 서열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결국 가입자에게 더 나은 수익률과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만이 이 거대한 머니무브의 최종 승자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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