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WTI)의 향방: 마두로(베네수엘라 3선 대통령)체포
최근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격변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체포 소식은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국제 유가가 전반적인 하락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도 유독 미국의 주요 정유주들이 강한 반등세를 보였던 배경에는 이러한 지정학적 변화를 미리 읽어낸 시장의 통찰이 숨어 있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빗장이 풀린다는 것은 단순히 한 국가의 정권 교체를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의 공급망이 정상화됨을 의미합니다. 이번 사태가 글로벌 유가와 정유 산업 특히 정제마진 구조에 미칠 파급력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베네수엘라의 기름장사
OPEC의 창립국이자 핵심 회원국 베네수엘라는 원유 매장량이 세계 1위를 다투는 에너지 강국이죠. 베네수엘라는 1980년대 전에는 세계 원유 생산량의 10%가량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하루 평균 약 110만 배럴의 원유(OPEC 전체 생산량의 약 1% 수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유가나 기름 관련해서는 한 국가만 봐서는 안되고 정치경제학적인 영향을 봐야합니다.
베네수엘라는 대표적인 반미 국가입니다. 2000년대 중후반 미국으로서는 상당히 골치 아픈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베네수엘라로부터 가장 많은 석유를 수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강하게 압박을 가하거나 제재를 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석유 의존도 때문에 미국이 오히려 발목이 잡혀 있던 셈이죠.

하지만 셰일 오일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이 관계는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이제 그 의존성은 과거 이야기가 되었고, 오히려 2016년 초부터 베네수엘라가 미국산 경질유를 수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베네수엘라 원유가 황 함량이 매우 높아(초중질유) 단독으로 수출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를 미국에서 수입하는 가벼운 경질유와 혼합(블렌딩)해야만 국제 시장에서 판매 가능한 품질의 원유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카리브해 지역 유전 원유와 섞어 판매하는 데 이 경질유가 필수적이었죠.
몇년에 한번씩 벌어지는 OPEC과 비 OPEC 국가들의 힘겨룸과 기싸움은 자주 일어났고, 유가 관련해서는 주요 공급국이나 보유국이 키가 되기도 했었죠. 아래는 2022년도의 예시입니다. OPEC+ 원유 감산에 따라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 허용 검토를 한적이 있습니다. 전략비축유라는것은 언제 어떤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자국 내 기름탱크에 비상금을 채우듯이 채워두는 것입니다.

미국 정유주 반등의 비밀: 감가상각 끝난 중질유 설비의 역설
미국의 에너지 사업(사업이라 칭하겠습니다)은 굉장히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몇년 유가 하락기에도 불구하고 엑손모빌, 쉐브론, 옥시덴탈 페트롤륨 등 미국 정유주들이 견조한 흐름을 보인 이유는 역사적 투자 배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이 전 세계 석유를 블랙홀처럼 흡수하며 유가가 치솟던 시절 미국 정유사들은 수십조 원 규모의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단행했습니다. 당시 정유사들은 미래의 유가 상승을 대비하여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질유를 가공해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고도화 설비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끈적거리고 불순물이 많은 중질유를 휘발유와 디젤로 바꾸어주는 코커(Coker) 설비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예상치 못한 셰일 혁명(기존의 기름이 고인곳을 빨때꽂듯이 시추하는것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갯벌같은 땅에서 퍼져있는 기름을 끌어모으는 방식)이 터지면서 미국은 경질유 중심의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자 수출국이 되었습니다. 정작 큰돈을 들여 지어놓은 미국의 중질유 최적화 설비들은 국내에서 쏟아지는 가벼운 셰일 오일(경질유)을 처리하기에는 다소 과스펙이었고, 제재로 인해 저렴한 베네수엘라산 중질유 수입이 막히면서 정유사들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마두로 체제의 붕괴로 베네수엘라산 중질유가 다시 헐값에 미국 시장으로 들어오게 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반전됩니다. 이미 수십 년간의 운영을 통해 감가상각이 모두 끝난 고효율 고도화 설비에서 저가의 원료를 처리해 노다지를 캐내는 수익 구조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정제마진의 핵심: 저가 중질유 도입
정유사 수익의 본질은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영 비용을 뺀 정제마진에 있습니다. 석유 제품의 규격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기 때문에 결국 승패는 누가 더 저렴한 원유를 확보하느냐에서 갈립니다. 베네수엘라산 초중질유는 일반적인 텍사스산 원유(WTI)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거래됩니다.
이를 처리할 수 있는 고도의 고도화 설비 특히 코커 설비를 충분히 보유한 정유사들에게 이번 사태는 축복과도 같습니다. 그동안 원료 수급 문제로 설비를 100퍼센트 활용하지 못했던 기업들에게 저가 중질유 소싱의 현실화는 정제마진의 극대화를 의미합니다.

물론 베네수엘라의 원유 공급 재개가 전체적인 국제 유가를 하락시킨다면 원유를 직접 생산하는 업스트림 부문의 정유사들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비를 가공하여 수익을 내는 다운스트림 부문의 비중이 큰 기업들에게는 원가 절감 효과가 이를 압도할 것입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단순히 유가 하락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각 기업의 설비 구조와 중질유 처리 능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반면 그동안 베네수엘라 원유를 비공식적으로 싸게 들여와 마진을 챙기던 중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는 아쉬운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캐나다의 아쉬움과 한국 정유사의 새로운 기회 요인
베네수엘라의 복귀가 반갑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바로 캐나다입니다. 베네수엘라 원유가 국제 시장에서 퇴출당해 있는 동안, 베네수엘라산과 성질이 비슷한 캐나다산 서부텍사스중질유(WCS)는 미국 정유사들에게 유일한 대안으로서 높은 몸값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경쟁자인 베네수엘라 원유가 시장에 대거 풀리게 되면 캐나다산 원유의 희소 가치는 떨어지고 가격 경쟁은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캐나다 원유 업계 입장에서는 베네수엘라의 정상화가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한민국의 정유사들 역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유사들은 과거에 비해 초중질유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높은 원가 부담을 안고 있었습니다. 만약 글로벌 중질유 공급망이 원활해지고 가격이 안정화된다면 국내 정유사들에게도 수익성 개선의 기회가 열립니다. 특히 현대오일뱅크와 같이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고도화율을 보유한 기업들은 저가 중질유를 투입해 고수익 제품을 생산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수급이 풀린다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입니다.
베네수엘라를 통한 미국의 에너지 패권 전략
베네수엘라는 확인된 원유 매장량만으로도 세계 1위를 다투는 에너지 강국입니다. 오리노코 벨트에 매장된 엄청난 양의 초중질유는 전 세계 에너지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안정을 추진하고 원유 생산 시설 재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단순히 인도적 차원이 아닙니다. 에너지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 유가를 하향 안정화시킴으로써 자국 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전체 산업의 비용 구조를 개선하려는 철저한 경제적 실리가 깔려 있습니다.

유가를 내리면서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 혜자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낮은 에너지 가격은 가계의 가용 소득을 늘리고 기업의 생산 원가를 낮추어 강력한 경기 부양 효과를 가져옵니다. 또한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 시설에 대한 기술과 자본을 통제하게 된다면, 이는 다시 한번 미국의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결국 이번 마두로 체제의 변화는 단기적인 유가 변동성을 넘어, 향후 수십 년간의 글로벌 에너지 흐름과 정유 산업의 수익 공식을 재정의하는 역사적인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이 유가 흐름과 정유 산업의 변화를 이해하고 성공적인 투자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유가 말고 금도 주목해보요







































